사업을 하던 윤씨는 2017년 연말 무렵 급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금리 27%로 3천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금리 27%를 → 13%로 바꿔준다는 말에...
윤씨는 “귀신에 홀린 듯” 아직 쓰지 않은 2천만원을 이체하고선 이상한 느낌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고, 대포통장에 돈을 넣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곧바로 지급정지를 요청했지만, 1500만원은 이미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500만원만 남은 상태였다. 든든한 아빠이자, 남편이었던 윤씨는 가족들에게 말도 못한 채 돈을 갚기 위해 몰래 야간 대리운전, 주말 물류센터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다.
피해 원금 1500만원을 → 3100만원 으로 받게됨6년 가까이 지난 이달 11일, 윤씨가 경찰한테서 “잃어버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선 ‘또 보이스피싱인가’하고 의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를 찾은 이튿날은 윤씨의 생일이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법적 근거 없어 피해 회복 어려움
조사 결과 2017년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5곳이 피싱 범죄로 동결한 계좌는 339개, 묶인 피해금은 122억3천만원에 달한다. 최근 피싱 조직이 금융기관의 범죄수익 추적을 피해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쳐 국외로 이전하는 경로가 일반화되면서다.
하지만 은행 등 금융회사의 경우 피해자의 정보 공유가 가능해 신속하게 피해금을 돌려주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 회복이 어려웠다.
전기통신 사기 피해 환급 법을 보면, 피해자의 피해구제 신청이나 정보 제공·지급정지 요청·피해환급금 지급 등 피해 회복에 필요한 절차는 모두 금융회사만 가능하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피해금 환급 업무협약 체결
이에 경찰은 지난 4월부터 2543개에 달하는 금융계좌에 대한 자금추적을 통해 피해자 503명을 특정했다. 또 이를 거래소와 적극적으로 공유해 이달부터 피해 회복 절차를 개시했다. 지난 21일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피해금 환급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심무송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1계장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범인 검거보다 피해 회복이 더 절실하다”며 “수사 과정에서 피싱 피해금 환급의 제도적 문제점이 확인된 만큼 이를 조속히 보완할 수 있도록 관계 당국, 가상자산 거래소와 지속해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